2014/07/25 18:55

[리뷰] f(x) 'Red Light' 리뷰

f(x) 'Red Light'
2014.07.07 SM Entertainment


아이돌이라는 어쩌면 가장 상업적이고 '힙'하지 않은 포장을 하고 태어난 에프엑스가 힙스터들과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게 된 것에 그들의 음악의 역할이 제일 컸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미모도 손에 꼽히는 그룹이지만, K-Pop의 비주얼 폭탄 속에서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외모가 아니었다. 즉, 언제나 '병맛'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곤 했던 독특한 가사, 곱씹어 보면 수려한 멜로디와 이에 걸맞는 화려한 사운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소녀' 이미지의 극대화가 외모가 아닌 음악으로 소비되는 유일무이한 걸그룹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소녀는 성장해야만 하고, 여성으로의 성장은 매우 강렬한 고통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그룹들은 치마를 자르고, 더욱 높은 구두를 신을 것이다. 하지만 에프엑스는 새로운 음악을 가지고 왔고, 자신들의 소녀성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보이는 이번 앨범이 비로소 여성으로 성장하는 에프엑스의 강렬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의 리드 싱글 중에 제일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첫 트랙 <Red Light>에서부터 에프엑스가 지금까지의 그들의 모습과 작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트랩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크리스탈-설리로 이어지는 도입부를 지나 루나-빅토리아의 벌스를 듣다 보면, 백그라운드에 깔리는 둔탁한 베이스에 SM의 작품이 아닌 YG의 작품이라고 착각 할 정도로, <Red Light>는 지금까지 에프엑스 그리고 SM이 보여준 음악과는 차별화 된 작품이다. 외국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항상 한국에선 듣기 힘든 최상의 일렉트로닉 팝을 보여줬던 그들이지만, 그 완성품은 언제나 미국의 그것이 아닌, 유럽의 댄스 팝에 더욱 가까운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싱글을 통해선 오히려 트랩으로 대변되는 현재 미국 메인스트림 팝의 트렌드를 따라가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도 급변하는 코러스 라인,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후크의 화음을 통해 에프엑스만의 개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켜졌어 Red Light, 선명한 Red Light'로 시작되는 반복되는 후크와 화음의 변주는 작년 싱글인 <첫 사랑니 (Rum Pum Pum Pum)>를 인상시키는 부분으로, 큰 변화가 느껴지는 사운드 속에서도 팬들이 그리워했던 에프엑스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무지개 (Rainbow)>, <Boom Bang Boom> 등의 트랙에서도 발견된다. 노랫말과 독특한 멜로디 라인으로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과거의 트랙들과는 달리 이번 LP에선 <Red Light>을 필두로 비트에 중점을 둔 트랙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렉트로닉을 추구하면서도 비트를 강조하기 보단,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었던 에프엑스로선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현재 팝 시장의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세일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가사전달의 어려움이 있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SM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선한, 한편으론 낯선 이런 트랙들로 인한 난해함을 중화시켜주는 초반부의 <MILK>와 <All Night>는 한 번에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과 가사로 기존 에프엑스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유려한 팝 트랙이다. 이 두 트랙 모두 테디 라일리 (Teddy Riley)의 참여가 돋보이는데, SM 소속 가수 팬들 사이에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트랙들을 작곡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그가 만든 두 트랙이 음원차트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중이라는 사실이 혹자에겐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터이다. 실제로, 이번 트랙들은 소녀시대의 <The Boys>, EXO-K의 <What Is Love> 등에서 보여준 그의 감각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켄지 (Kenzie)와 진보 (JINBO) 등 한국 작곡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찾은 듯한 그의 프로듀싱이 매우 인상적이다. 멜로디도 매우 뛰어난 곡들이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사운드 또한 기존 어떠한 에프엑스의 트랙들과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곡들이다. <MILK>는 작년 <첫 사랑니 (Rum Pum Pum Pum)>에서 보여준 이국적인 비트를 발전시킨 듯한 트랙으로,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초반부에 삽입된 개와 고양이 소리와 방아쇠 소리를 비트로 사용하는 위트에서 작곡진의 센스를 엿볼 수 있고, <All Night>에선 신스의 사용에서부터 감지되는 복고적인 분위기와 이에 상응하는 낭만적인 가사, 그리고 그 속의 비틀즈 (The Beatles)에 대한 은근한 오마주 등이 곡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Red Light> 속 에프엑스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첫 키스를 궁금해 하지도 ('Chu~♡'), 언니에게 사랑 고민을 털어 놓지도 ('Nu ABO'),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 보지도 ('Electric Shock')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의 표현도 서툴지 않고 ('All Night'), 그로 인한 상처도 스스로 치료할 수 있으며 ('MILK'), 오히려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돌려 달라 당당히 요구한다 ('뱉어내'). 물론 아직 완성된 변화는 아니다. 소녀와 여자, 그 사이의 혼선이 이 앨범의 여러 부분에서 감지된다. 하지만, 이를 단지 프로듀싱의 허점이라고 보아선 안 될 것이다. <Red Light>는 새로운 에프엑스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혼란스러움을 드러낸 앨범이다. 이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소녀들의 모습을 어쩌면 가장 있는 그대로 나타낸 앨범이 아닐까? 핑크빛 첫 사랑의 아픔을 이야기한 소녀들은 이제 빨간 색이 제일 잘 어울리는 여자가 되려 한다. 에프엑스는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덧글

  • Sui 2014/08/20 16:44 # 삭제 답글

    키야... 리뷰 완전 잘봤습니다 ㅠ ㅠ
    네이버 음악블로그중에 New classic이 사라지고 함수니들 평중 공감을 일으키는걸 찾기힘들었는데 이 포스팅을 이제서 발견했네요 멋진 해석이었어요!
  • 목동사는오덕 2014/12/16 12:23 #

    감사합니다ㅠ
    이런 댓글 하나 덕분에 아무도 안오는 제 블로그.. 계속 글쓸 힘이 납니당...ㅠㅠ
  • 공더블덕^-^ 2015/01/06 21:25 # 삭제 답글

    리뷰 중 이게 제일 맘에든다
  • 목동사는오덕 2015/01/06 21:34 #

    이거 레알 내 영혼을 팔아서 쓴 글
  • 야옹 2015/10/30 22:17 # 삭제 답글

    해석 굿...
    작년 여름 red light을 듣고 도저히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와서 이 글 읽고 이해했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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